“나는 탄 린의 ‘환경에 스며든 문학’이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이 개념은 문학을 거의 ‘벽지’처럼 여기고, 특히 학술 환경에서 흔히 강조하는 ‘자세히 읽기’보다는 일상에서 일시적으로 마주하는 것들을 얕게 읽는 것이 특권으로 여긴다. 기고자들에게 받은 텍스트가 ‘순서 없이’ 배열되거나 동시에 여러 다른 방식으로 제시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여기서 강조점은 미리 규정된 특정한 의미를 얻기 위해 텍스트를 읽는 것으로부터 텍스트에 관해 더 일반화되고 다양한 미적 감각을 획득하는 것으로 이동한다.”
기고 받은 글을 재배열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리딩 머신〉과 웹에 특화된 읽기 형식을 실험하는 열여덟 개의 웹 사이트 시리즈인 〈똑같은 이미지는 절대 보고 싶지 않아!〉는 모두 ‘비목적론적 독해’를 유도하는 웹 플랫폼이다. 타이거 딩선은 소설의 형식적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 문학 작품들*에서 받은 영감을 웹에 접목하고, 웹 환경이 제공하는 행동 유도성을 최대한 활용해 인쇄 매체로 구현할 수 없는 비선형적이고 동적이며 쌍방향으로 기능하는 낯선 방식의 읽기를 제안한다.
딩선은 이런 작업의 배경으로 “언어에 따른 공간 은유 방식의 다름”을 꼽는다. “예를 들어 중국어는 시간의 선후를 공간에서 ‘위아래’로 생각한다. 과거는 위쪽이고 미래는 아래쪽이다. 반면 영어는 과거를 뒤쪽에, 미래를 앞쪽에 둔다. 단어나 개념을 공간에 배열하는 방법은 다양하며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는’ 공간 배열조차 문화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다.”
작가는 글을 재구성한 후에도 원문의 주제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 ‘단위’를 찾고(“문단이나 문장 수준에서 글의 연속성을 유지할지, 아니면 단어나 낱글자 단위로 섞는 게 더 합리적일지”), 생성 프로그램으로 이를 무작위로 배열, 재배열하며 글과 유희적인 관계를 맺는다. 게임 음악 같은 음향을 활용해 단어가 움직일 때마다 그 생성적 특성을 강조하며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고, 단어의 의미뿐 아니라 소리, 음운, 모양, 색 등의 시청각 요소나 상징도 읽기 대상에 포함해 콘텐츠에 시적 감각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서사 만들기를 시도한다. 웹에 기반한 타이거 딩선의 비목적론적 독해는 다중성, 모순, 자의성에 주목해 읽기의 본질을 탐색하며 타이포그래피나 그래픽 디자인이 매끄럽고 총체적이며 단일한 해석을 요구하는 체제의 도구로 기능하는 데 저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