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박철희

“소리가 없는 영화를 보는 것은 괴롭다. (…) 완성된 한 편의 영화를 제삼자가 마음대로 해석해서 재편집할 기회는 흔치 않다. 작업 과정에서 모종의 죄책감을 느꼈고 여전히 좋은 일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 마음을 담아 일본 성우 야마데라 코이치가 모 인터뷰에서 ‘더빙’에 관해 한 말을 제목으로 인용했다.”

⟨더 좋게 만들기는 어렵지만 망치기는 쉽다⟩는 1920년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규설 감독의 무성 영화 ⟨근로의 끝에는 가난이 없다⟩에 스톱모션 방식으로 소리 요소를 문자로 올린 작업이다. 박철희는 무성 영화를 상영할 때 스크린 귀퉁이에서 대사와 몸짓으로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변사와 같이, 모듈형 타이포그래피를 일종의 ‘타이포그래피 변사’로 사용했다.

더 좋게 만들기는 어렵지만 망치기는 쉽다
2023년
단채널 비디오, 흑백, 무음, 12분 50초
프로젝트 협력
이 작품은 타이포잔치 2023과 한국영상자료원의 공동 프로젝트로 기획되었습니다.
지도
2F
박철희
한국 전라남도 광주 출생 / 한국 서울에서 활동

박철희는 서울에서 햇빛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한글 레터링 작업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