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티 인도 고전 총서는 인도 고전 문헌에 영어 번역을 더해 2개 국어로 출판하는 도서 시리즈다. 하버드 대학교 출판부의 의뢰로 피오나 로스, 라트나 라마나탄, 존 허드슨, 헨릭 쿠벨, 타이터스 네메스, 굴리엘모 로시가 협업해 디자인했다.
이 프로젝트는 『베다』를 포함해 정교한 구전 전통을 반영하는 고대 인도의 문학, 역사, 종교 문헌을 다양한 인도어와 그에 따른 표기 체계로 선보인다. 허드슨과 로스는 오래된 문헌들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방대한 아카이브 연구를 거쳐 ‘머티 글자체’를 개발했다. 책에서 인도어에는 머티 글자체인 〈머티 벵골〉, 〈머티 힌디〉, 〈머티 칸나다〉, 〈머티 구르무키〉, 〈머티 산스크리트〉, 〈머티 텔루구〉를, 페르시아어에는 네메스가 디자인한 글자체 〈나심〉을, 영어에는 쿠벨이 디자인한 〈앤트워프〉를 적용했다.
라트나 라마나탄과 굴리엘모 로시는 인도어 필사본과 초기 인쇄물 연구를 바탕으로 표지와 본문을 디자인하고 조판했다. 본문 디자인은 독립된 선율을 가지는 둘 이상의 성부로 이뤄진 다성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대칭 구조로 짜고, 인도 문자와 라틴 문자의 서로 다른 특징과 시나 산문 같은 글 형식에 따라 여백, 단락 폭, 글줄 사이, 글자 크기 등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두 언어의 차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수용하며, 독해의 동시성을 찾고, 상호 텍스트성을 부각하는 과정이었다.
로스는 《타이포그래픽스 2016》* 온라인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라틴 문자로 작성하지 않은(non-Latin) 글이 라틴 문자로 쓴 글과 질과 선택의 면에서 동등해져서 ‘라틴어로 쓰이지 않은(non-Latin)’이라는 용어가 완전히 사라졌으면 합니다! 예컨데 휴대폰에서 고유한 문자를 표시할 수 있게 되어서 소수 민족 공동체들이 제대로 읽힐 수 있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라틴 문자로 자신의 메시지를 음역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좋겠습니다.”
라마나탄은 쿠퍼 유니온 온라인 강연**에서 머티 인도 고전 총서를 예로 들며 타이포그래피가 구술 문화를 문자 문화로 번역할 때 고려할 점을 이렇게 말한다. “말에 담긴 영적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단어가 정확하게 반복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특정한 리듬, 운율, 음색이 재현돼야 합니다. 이는 단어의 소리가 단어 자체만큼이나 많은 것을 뜻한다는 믿음에 기반한 생각입니다.”
머티 인도 고전 총서는 디자인 연구, 협업, 공예 영역의 성취뿐 아니라, 다양한 인도 문자의 특성을 반영한 글자체 개발로 인도어와 영어의 다른 목소리를 존중하고, 다양성과 접근성을 북디자인에서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귀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