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시작하는 들숨) 이 작품은 사람들의 대화를 ‘말과 말 사이에 생기는 여백’과 ‘비언어적 소리’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관찰한다. 말의 여백은 대화에서 문장 부호의 흔적이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말할 때 ‘잘 지내십니까 물음표’, ‘네 잘 지냅니다 마침표’, ‘어머나 세상에 느낌표 느낌표’ 같은 식으로 문장 부호를 발음하지 않는다. 문장 부호 자체가 말의 흐름이나 억양 등 구술 언어의 특성을 문자로 표현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니 문자가 소리가 될 때는 보통 그 역할이 사라진다.
흥미로운 것은, 때때로 이 문장 부호가 살아남아 말과 말 사이에 여백을 만든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영어를 제2외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종종 모국어 문장을 머릿속에서 영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문장 부호를 특정 단어로 대체한다. 일본인 Y는 말을 끝맺을 때마다 ‘something like that’이라고 말한다. 이 표현은 Y씨에게 마침표와 같다. 네덜란드인 A의 말에는 ‘let’s say’라는 표현이 매우 자주 등장한다. 이것은 그에게 쉼표이자 다음 문장을 생각하려고 말을 잠시 멈출 때 쓰는 습관적인 접속사 같은 것이다.
〈의미 형성에 필요하지 않은 어떤 습관적 발성〉은 문장 부호가 대화의 여백을 어떤 방식으로 채우는지 살피며, 정적, 침묵, 공기, 기다림, 메아리 등 말의 여백이 가지는 다양한 존재 양식을 알아본다.
이 작품에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가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를 듣는 장면을 담은 조지프 세번의 그림이 등장한다. 이는 비언어적 소리, 즉 의미가 없거나 말에서 의미를 제거한 소리 자체에 주목해 그것이 다른 감각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살피고, 소리 있음 사이에서 소리 없음의 존재감을 부각한다. 관람객들이 입으로 내뱉는 소리와 숨에 담긴 공간감, 무게, 질감, 자극을 존 키츠의 시선으로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말을 끝내는 날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