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한

람한은 일상에서 발견하는 이미지와 미디어에서 발견하는 이미지를 동일한 감각으로 인식하며 현실과 가상을 통해 전달받는 장면을 구분 없이 한 세계관 속에 나열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열화되고 복제되는 무작위의 이미지와 그 사이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시각적 질감, 색채 등을 재료로 사용합니다. 그려내는 작업이 현실과 가상의 차원을 무시한 동시대의 익숙한 풍경화로 보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babo_F, Souvenir04_F(Cockpit), 세상의 마지막 밤

한때 인터넷상에서 고양이 지능을 분별하는 방법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고양이를 들어 올려 벽에 밀착했을 때 발바닥으로 벽을 밀어내는지, 얼굴과 몸이 저항 없이 벽에 닿게 되는지에 따라 똑똑한 고양이인지 알 수 있다는 주장에서 출발해 순식간에 전 세계적인 밈으로 떠올랐습니다. 진위와 무관하게 고양이를 키우는 많은 사람들은 무념 무상의 표정으로 고양이와 벽이 하나가 되는 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했습니다. 당시 자신과 타인의 건강에 대한 염려증과 서로의 안녕에 대해 고민하던 람한은 이런 밈이 본인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babo_F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무의미하게 던지는 농담이 주를 이루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밈의 또 다른 가능성을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로 구현한 작품입니다.

Souvenir04_F(Cockpit)은 기존에 진행해온 ‘기념품’ 시리즈의 연작으로, 여행지에서 얻게 되는 환상과 기념품의 부질없음을 이야기합니다. 키링, 접시, 인형 같은 기념품의 이미지와 바다, 비행기, 호텔 등 투어리스트의 관점으로 바라본 세계가 혼재되며 풍경화와 정물화의 원리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이미지를 추출합니다. 이 작품은 친구와 추락한 여객기가 관제실과 나눈 대화를 기억하며 추락하는 비행체와 여름 바다, 세기말적 낭만을 상상하며 그린 결과입니다.

세상의 마지막 밤은 ‘스펙트럼 오브젝트’라는 창작 콜렉티브에서 발제가 이루어진 주제로, 영국의 소설가 C. S. 루이스(C. S. Lewis)의 동명 소설에 영감받은 구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종교성을 내포한 소설을 조금 더 일상의 차원으로 받아들인 작품으로, 작가는 아포칼립스적인 혼돈이 아닌 불시의 고요한 멸망을 상상했습니다. 단 한 명의 열외도 차별도 없이 닫히는 세계 속 ‘나’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작가는 매일 밤 잠들기 전 여느 모습과 다르지 않게 고양이를 끌어안고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상적인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무력하고 통상적인 일상과 대조되는 디스토피아적 배경이 역설을 증폭시킵니다.

  • 1220 × 1860 mm, 1360 × 1620 mm, 1360 × 1360 mm
  • 디지털 페인팅, 라이트 패널
  • 2017/2021
  • 곧 업데이트됩니다.
  • 곧 업데이트됩니다.
  • 곧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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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밈의 정원

만들기 쉽고 공유하기 쉬우며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직관적이지만, 어느 정도 무의미한 ‘밈’(meme)은 디지털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세태적 변화의 상징이자 ‘일상적 개념주의’의 유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밈의 정원’에서는 디지털 세대의 시각 문자인 ‘밈’을 주제로 모방과 복제의 방법론을 사용해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현하는 동시대 예술가들을 소개합니다. 현실적 규범을 전복하고 문화와 예술의 계급을 타파하려는 이런 태도는 사실 다다이즘(Dadaism)과 팝 아트(Pop Art)가 현대 미술에 남긴 유산과 닮았습니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의 팝 아트가 예술가들만의 농담이었다면, 밈의 세계에는 그 어떤 경계와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밈의 정원’은 누구나 쉽게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상호 소통 가능한 플랫폼이 존재하는 시대에 놓인 동시대 예술가들이 ‘계시와 상상’을 통해 이미지를 재전유하는 방식에 주목합니다. 이런 시도는 예술의 형식이나 미학적 수사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들의 예술적 언어가 포스트 인터넷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고유성을 획득해가는지 살펴봄과 동시에 밈의 정치학이 동시대 시각 문화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고찰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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