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형원

하형원은 서울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가독성을 담보한 새로운 한글 형태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으며 뮤직 비디오, 애니메이션, 광고를 위한 타이틀 레터링을 만듭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는 전시 및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을 진행하며, 최근에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바톤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체 개발을 병행하며 방각본 계열의 세로쓰기 서체인 됴웅, 잡지 FDSC.txt 1호를 위한 FDSC.txt를 공개했고,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 및 현직 디자이너 대상으로 레터링 수업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사태평

‘어르신 짤’에는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노년의 시간과 답이 담겨 있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는 현실에서 직면한 문제와 싸우는 우리에게 무사태평하고 구태의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형원은 이런 짤을 건네받았을 때 그런 근원적인 문제를 모두가 풀지 못한 채 안고 살아간다는 지점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첨예한 질문 사이에서 길을 잃었을 때 큰 대답은 언제나 되돌아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되니까요.

‘어르신 짤’에서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세 가지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삶이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하자는 것, 다음으로는 삶을 유지해나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건강과 소속감, 사랑에 대한 강조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살아가며 자아실현적인 가치를 찾아나가자는 것입니다. 안부 인사에 인색한 자신을 위해 작가는 무사태평을 통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낼 안부 인사를 만들었습니다. 단, 1년에 두 번 이상은 보내지 않기로 정했다고 합니다.

  • 싱글 채널 비디오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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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참 좋은 아침

가족이 모인 휴대전화 단체 대화창에서는 구성원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메시지가 오갑니다. 이때 주고받는 이미지 파일은 재미있습니다. 세상의 온갖 좋은 뜻의 단어를 그러모은 텍스트와 고색창연한 이미지를 조합해 만든 이런 밈(meme)에는 가족의 행복을 비는 정성스러운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유전자를 공유한 구성원들의 안녕은 아주 오랜 기원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참 좋은 아침’에서는 글자체 디자이너와과 사진작가 들이 각각 ‘안녕의 인사’를 구성하는 두 축인 텍스트와 이미지를 사용해 그들이 받아본 메시지에 따뜻한 화답을 보냅니다. 인터넷 밈뿐 아니라 안녕의 인사가 오가는 실제의 시간적 공간적 환경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명절 아침 차례상 앞이 떠오릅니다. 병풍 앞에 차려진 다정한 모습의 오래된 TV와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조롱거리처럼 여겨지는 특정 종류의 밈에 대해, 또는 가족들끼리 주고받는 뻔한 인사말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기회를 얻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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