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기 쉽고 공유하기 쉬우며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지만, 어느 정도 무의미한 ‘밈’은 디지털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세태적 변화의 상징이자 ‘일상적 개념주의’의 유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밈의 정원’에서는 디지털 세대의 시각 문자인 밈을 주제로 모방과 복제의 방법론을 사용해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현한 동시대 예술가들을 소개합니다. 현실적 규범을 전복하고 문화와 예술의 계급을 타파하려는 이런 태도는 사실 다다이즘과 팝 아트가 현대 미술에 남긴 유산과 닮았습니다. 산업화 시대의 팝 아트가 예술가들의 농담이었다면, 밈의 세계에는 그 어떤 경계와 한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밈의 정원’은 누구나 쉽게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상호 소통 가능한 플랫폼이 존재하는 시대에 놓인 동시대 예술가들이 계시와 상상을 통해 이미지를 재전유하는 방식에 주목합니다. 이런 시도는 예술의 형식이나 미학적 수사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들의 예술적 언어가 포스트 인터넷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고유성을 획득해가는지 살펴봄과 동시에 밈의 정치학이 동시대 시각 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고찰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강재원
강재원은 미래의 조각에 관심이 있습니다. 3D 소프트웨어 내부의 기능이 현실의 조각을 구성하는 원리에 영향을 끼치리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디지털 조각 방식에 의해 조형되는 감각’에 관심을 두며 작업합니다. 2017년 3D 소프트웨어을 통해 조각된 폴리곤에 조명, 환경, 재질을 넣고 렌더링해 조각의 물성을 직접 제작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구, 실린더 등의 기본 입체 도형에 3D 소프트웨어 내부의 기능을 덧붙여 운동감이나 동세, 형태를 지닌 조각을 만들고 있습니다.
스우시
‘스우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의 로고이자 동명의 제목입니다. 원래 ‘휙 하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다.’라는 뜻의 이 단어는 최근 소셜 미디어상에서 열병처럼 퍼지는 특정 브랜드의 한정판 신드롬에 대한 광풍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과 관계를 맺는지 고민하게 합니다. 물질에 대한 세속적 욕망은 열광을 넘어 광기로 이어지고, 결국 이 아이콘은 동시대의 종교적인 형상으로 기능합니다.
쉽게 복제되고 전파되는 밈처럼 디지털상의 조각 또한 간단한 기술로 복제되거나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기에 용이합니다. 강재원은 3D 소프트웨어에서 구, 실린더 등의 기본 입체 도형에 현실의 물리 법칙을 모사한 기능을 더해 운동감이나 속도감을 지닌 조각을 만들어왔습니다. 작가는 구를 활용해 여러 형태를 실험하던 중 우연히 지금의 조형을 발견했지요. 잠재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던 형태가 무의식적으로 발현되는 순간, 본인과 작품 역시 밈의 현상 안에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5미터 높이의 거대한 인플레터블 조각인 스우시는 단단한 금속 조각처럼 보이지만, 얇은 원단을 재단하고 이어 붙인 작품입니다. 내부의 공기압으로 형태가 유지되며 유지 장치가 꺼지는 순간 형체는 사라집니다. 무한하게 확장되는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밈과 현대 미술, 물질적 우상 숭배와 그에 반한 허무주의라는 불가분의 관계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 인플레이터블
- 5000 × 7960 × 1850 mm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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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원, 스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