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와 상상’에서는 ‘응축과 지략’을 주제로 하는 미디어적 상징과 미래적 상상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매체와 장르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밈의 정원’에서는 포스트 인터넷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영감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작업한 작품들을 다루며, ‘기호들’에서는 공예가들이 공예 고유의 기법을 견지한 채로 생명의 기록과 단서를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열네 팀의 작가들이 참여합니다.
계시와 상상
계시와 상상



1. 밈의 정원
만들기 쉽고 공유하기 쉬우며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지만, 어느 정도 무의미한 ‘밈’은 디지털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세태적 변화의 상징이자 ‘일상적 개념주의’의 유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밈의 정원’에서는 디지털 세대의 시각 문자인 밈을 주제로 모방과 복제의 방법론을 사용해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현한 동시대 예술가들을 소개합니다. 현실적 규범을 전복하고 문화와 예술의 계급을 타파하려는 이런 태도는 사실 다다이즘과 팝 아트가 현대 미술에 남긴 유산과 닮았습니다. 산업화 시대의 팝 아트가 예술가들의 농담이었다면, 밈의 세계에는 그 어떤 경계와 한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밈의 정원’은 누구나 쉽게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상호 소통 가능한 플랫폼이 존재하는 시대에 놓인 동시대 예술가들이 계시와 상상을 통해 이미지를 재전유하는 방식에 주목합니다. 이런 시도는 예술의 형식이나 미학적 수사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들의 예술적 언어가 포스트 인터넷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고유성을 획득해가는지 살펴봄과 동시에 밈의 정치학이 동시대 시각 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고찰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기획
신은진 (신자유)
2. 기호들
생명에 대한 기록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 내려옵니다. 후대는 기록의 단서를 시대적 틀 안에서 분석하며 과거를 상상하고, 해석을 더해 또 다른 생명으로 재창조합니다. 기록은 생성과 소멸의 순환 고리 안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의무와 욕망이 혼합된 원초적인 본성일지 모릅니다. ‘기호들’에서는 다섯 명의 공예가가 식물을 닮은 상형 문자를 만듭니다. ‘순환과 연결’, ‘바탕과 지탱’, ‘균형과 매개’, ‘화합과 발화’, ‘내포와 결실’의 의미를 담아, 반복적인 손의 노동으로 재료 (흙, 금속, 유리, 섬유, 종이)의 고유한 물성이 드러나는 문자를 제작합니다. 손으로 만든 문자는 다음 세대의 해독을 통해 발화하며, 재생과 회복의 의미를 전합니다.
기획
김그린, 차정욱
집기 디자인
심승연
그래픽 디자인
김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