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과 기복’에서는 생성과 호기심을 주제로 원초적 바람과 기원에 대한 해석을 담은 작품을 소개합니다. 다양한 상징으로 각자의 바람을 표현한 ‘기도들’, 물건에 행운을 비는 풍습을 해석한 ‘홈 스위트 홈’, 기념일이나 명절, 생일 등 특정한 날에 가족끼리 주고받는 인터넷 메시지를 소재로 삼은 ‘참 좋은 아침’으로 구성된 세 챕터에서 스물두 팀의 작가들이 평면과 입체, 스크린 등 다양한 매체로 작품을 선보입니다.
기원과 기복
기원과 기복




1. 기도들
인간은 예로부터 종교나 법 같은 추상적 개념을 문자로 시각화해왔습니다. 나아가 부적을 만들어 개인과 집단의 행복을 빌고, 별과 우주의 운행을 해석하고 기록해 길흉을 점치는 행위는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크게 다름 없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과 현상을 향한 두려움, 흉을 피하고 복을 비는 마음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도들’에서는 개성 있는 시각적 표현을 선보여온 작가들의 바람과 신념을 다룹니다. 균형 잡힌 삶을 염원하는 태도(권도희), 전통과 경험에서 비롯한 지혜(류자오), 경험에서 우러나온 행운의 상징(스튜디오 베르기니),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품은 우리의 운명(앤서니 람), 가장 기본적인 태도로의 회귀(아틀리에 투 바 비앙), 마음에 새겨두면 좋을 글자들(안마노), 주어진 운명과 욕망 사이의 균형(오닷오오), 순환하는 세상과 이를 차분히 바라보며 삶을 곱씹는 마음 (이화영), 신념을 다짐하기 위한 부적(고바야시 이키), 세태와 문화를 향한 비판(티놉 왕실라파쿤) 등 작가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은 신목(神木)에 매달린 오방색 댕기처럼 설치됩니다. 여러 문화의 문자와 상징으로 만든 작품 속에 담긴 다양한 바람을 발견해 함께 즐기고 기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기획
이재민, 박이랑, 조효준
2. 홈 스위트 홈
사람들은 장수, 건강, 부, 성공 등 누구나 바라는 다양한 욕망들이 투사된 사물들을 만들고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 안에 둔 채 함께 살아갑니다. 거북이나 두루미가 수놓인 보료, 한 쌍으로 이뤄진 원앙 조각, 손님을 부른다는 고양이 모습의 마네키네코, 가정에 평화를 가져오는 스웨덴의 달라 호스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세계 어디서든 찾을 수 있는 행복의 사물들은 대개 수명이 긴 동식물이나 상서롭다고 여겨지는 동물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물이나 장식품은 침실에, 주방에, 자녀 공부방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홈 스위트 홈’은 평면의 시각적 즐거움을 다양한 오브제로 확장한 씨오엠의 작품으로 이루어집니다. 행복의 사물을 재해석한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을 조금 다른 온도로 바라보게 합니다. 행복도 물건처럼 쌓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획
이재민, 박이랑, 조효준
3. 참 좋은 아침
가족이 모인 휴대전화 대화창에는 구성원들의 안녕을 바라는 메시지가 오갑니다. 이때 주고받는 이미지 파일은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세상의 온갖 좋은 말들을 그러모은 텍스트와 고색창연한 이미지를 조합해 만든 이런 밈(meme)에는 가족의 행복을 비는 정성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유전자를 공유한 구성원들의 안녕은 아주 오랜 기원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참 좋은 아침’에서는 글꼴 디자이너와 사진가가 각각 ‘안녕의 인사’를 구성하는 두 축인 텍스트와 이미지를 사용해 그들이 받아본 메시지에 따뜻한 화답을 보냅니다. 인터넷 밈뿐 아니라 안녕의 인사가 오가는 실제 시공간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명절 아침 차례상이 먼저 떠오릅니다. 병풍 앞에 차려진 다정한 모습의 오래된 TV들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조롱거리처럼 여겨지는 특정 종류의 밈을, 또는 가족끼리 주고받는 뻔한 인사말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기회를 얻으면 좋겠습니다.
기획
이재민, 박이랑, 조효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