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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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 2021년 9월 14일 ~ 10월 17일
  • 문화역서울 284
  • 10:00 ~ 19:00 (관람 시간 30분 전 입장 마감)
  • 매주 월요일, 추석 당일 휴관
  • 19일, 22일 정상 운영 / 20일, 21일 휴관

거북이와 두루미

2021년 타이포잔치의 주제는 ‘문자와 생명’입니다. 생명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순환의 고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 순환을 만물의 이치이자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인간은 예로부터 문자를 통해 바람, 신념, 상상 등 무형의 개념을 형상화해 표현하고 향유해왔습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메신저로 대화하며, 이메일을 쓰며, 혹은 태블릿 스크린에서 누구나 자신이 바라는 바를 더 정확하고, 더 절실하고, 더 아름답게 드러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문자를 다루는 기술’을 의미하는 타이포그래피는 점차 시대의 취향이 묻어나는 기호,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 그림 등 다양한 재료를 아우르며 진화해갑니다.

한국에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육신은 스러져도 이름으로나마 존재하고픈 욕망이 투영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일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는 1970년대 중반 한국의 TBC 방송사의 한 코미디 프로를 통해 유명해졌습니다. 부모가 자식의 장수를 기원하며 지어준 이름이라는 설정으로, 생물과 자연물을 통틀어 열 가지(十) 가장 오래(長) 산다고(生) 여겨지는 십장생에 속하는 거북이와 두루미를 포함해 성경에 기록된 가장 오래 산 인간, 18만 년을 살았다는 중국의 인물 등 긴 수명을 상징하는 존재들의 이름을 모두 그러모았습니다. 이렇게 이름을 지어 외우고 부르던 노력에도 극 중에서 아이는 장수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조합된 단어의 리드미컬한 발음과 강렬한 심상은 많은 사랑을 받아 오늘날까지 여러 창작물에서 패러디되거나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사람은 죽었지만 이름은 남아 장생을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동양에서는 그림을 그릴 때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생각이나 바람을 드러내는 사의(思意)적 표현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건강과 장수 같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에 도교의 생명 사상이 더해진 ‘길상화’(吉祥畵)에는 거북이와 두루미 같은 십장생이 단골 소재로 등장합니다. 속세를 벗어난 고귀한 존재로 여겨지는 학, 수호와 발복을 상징하는 영물 거북이는 많은 작품에 반복해서 등장하며 도식화된 미감이 더해져 일종의 문장(紋章)이나 심벌처럼 상징적으로도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신 여러 문화권 작가들의 다양한 바람을 한데 모은 이번 전시에 붙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이름이 ‘거북이와 두루미’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거북이나 두루미 한 마리쯤은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문자 뒤에 숨은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을 다루는 이번 타이포잔치 2021에 초대된 작품 사이를 거닐며 다양한 문화와 현상을 해석하는 재미와 조형적 아름다움을 찾아내주시길 바랍니다.

타이포잔치 2021 총감독
이재민


타이포잔치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이하 타이포잔치)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국제 디자인 행사입니다. 2001년 10월 16일 처음 개최된 타이포잔치는 당시 타이포그래피를 주제로 삼은 유일한 국제 행사인 점에서 국내외 디자인계에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후 행사 조직 시스템을 재정비해 2011년부터 국제 비엔날레로서 지금의 타이포잔치가 되었습니다.

타이포잔치는 매회 위촉되는 예술 감독의 기획 방향과 연출 방식에 따라 다양한 시각 언어로 당대의 시대상이나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는 등 디자인 문화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타이포잔치는 문자가 지닌 힘과 문화적 저력, 예술적 가치에 관해 지속해서 탐구하고 교류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로, 문화의 근간인 문자를 중심으로 한 시각 언어가 문학, 음악, 정치, 경제, 도시, 환경 등 사회와 문화의 여러 측면과 흥미롭게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소개합니다. 2013년의 ‘문자와 문학’, 2015년의 ‘문자와 도시’, 2017년의 ‘문자와 몸’, 2019년의 ‘문자와 사물’에 이어 2021년에는 ‘문자와 생명’을 주제로 전시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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