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잔치 2013
서울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8월 30일 – 10월 11일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없음

문화역서울 284
100-162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 1번지
전화 02-3407-3500
팩스 02-3407-3510

twitter@typojanchi
facebook.com/typojanchi2013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크레딧

타이포잔치 2013 사무국
110-240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53
혜영회관 5층
전화 02-398-7945
팩스 02-398-7999
이메일 typojanchi@kcdf.kr

타이포잔치 2011

English / 한국어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2013
복합 매체 설치
크기 가변

이호
1972년생, 한국

이호는 올해로 경력 21년 차에 접어든 활자체 디자이너다. 1993년 큐닉스컴퓨터 서체 개발실에서 폰트 디자인을 시작한 이후 서울시스템과 모리스디자인을 거쳐,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수석 폰트 디자이너로 재직하며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현재는 닥터폰트의 대표를 맡고 있다. 참여하거나 진행한 프로젝트로는 경향신문, 래미안, CJ패키지, 삼성 등 다양한 기업 전용 서체가 있고, 그가 참여해 개발한 현대카드 전용 폰트는 성공적 브랜딩 타이포그래피 아이덴티티로 기능하며 높은 인지도를 얻기도 했다.

이호가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디자인을 총괄한 시티체 시리즈는 한글의 구조적 가능성에 대담하게 도전하면서도 설득력을 갖춘 실험으로 주목할 만하다.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 음소(혹은 자소)가 하나의 음절 형태로 결합하는 모아쓰기 구조를 지닌 점에서 독특하다. 음소와 음절의 역학 관계를 재정의하는 것은 한글 폰트 디자이너들의 도전 과제였다. 네모틀 음절 안에 고정되었던 음소들은 세벌식 타자기와 탈네모틀 글자체를 계기로 본연의 모듈 형식을 되찾으며 독립성과 자유를 향한 목소리를 냈다. 탈네모틀이란 단지 외적 형식의 이탈이 아니라, 음소들이 음절로 모이는 새로운 역학 관계 구조를 제시한 모델이었다.

‹안상수체›(1985)는 음소들이 음절 틀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일관된 형태를 유지하게 설계되었다. ‹안상수체›에서 모든 음소가 초성 위 기준선을 중심으로 가지런히 배열되는 절대적 위치 값을 지녔다면, 역시 안상수가 디자인한 ‹미르체›(1992)와 ‹마노체›(1993)는 구조적 틀을 한 단계 더 이탈하여 초성의 아래 기준선을 중심으로 중성과 종성의 상대적 위치 값이 뒤따르는 공간 형식을 취했다. 2010년 ‹서울체›, ‹도쿄체›, ‹상하이체› 세 종으로 동시 출시된 산돌 시티체는 ‹미르체›와 ‹마노체›를 계승하고 확장한 모듈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중성의 가로 줄기와 가로 획에 글줄 흐름선 기준을 둔 ‹서울체›를 보자. 리을은 디귿보다 획수가 많으므로 초성 리을을 지닌 음절은 초성 디귿을 지닌 음절보다 키가 월등히 커진다. 같은 초성 리을을 지닌 음절이라도 중성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그로부터 규정되는 중성과 초성 간의 상대적 관계에 따라, 초성의 위치 값이 다양하게 달라지며 변주된다. 결과적으로 이 글자체는 각 음절과 글줄의 중력 중심에서부터 방사형으로 결합하며 들쭉날쭉 율동감을 자아내는 ‘마천루’를 형성하게 된다.

이호의 그리드 한글 작업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은 시티체의 모듈 실험을 이어가며 확장한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에서 ‘주저리주저리’, ‘알알이’ 등 포도알이 포도송이에 매달린 모습을 표현하는 의태어에 영감을 받아, 한글 음소들이 전시장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결합되게 배열한다. 그 재료는 인쇄용 활자체의 추상적 획이 아니라 건축적 공간에서 파생한 구조물이다. 한글은 추상적 구성 원리를 특징으로 하지만, 그 자소의 독특한 기하학적 형태는 의태적 상상을 자극하곤 했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후 한글 기본 자음 다섯 자가 발음기관 형태에 바탕을 두었다는 의견이 정설로 정리되었지만, 그전에는 그 형태가 한옥의 창살 무늬에서 파생됐다는 이론이 대중적으로 통용되기도 했다. 이호의 새로운 그리드 한글은 거꾸로 글자 형태를 건축 표면에 재투사함으로써 한글의 추상적 원리와 의태적 잠재성을 두루 기린다.


Lee Ho

Lee Ho

Lee Ho

© 타이포잔치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