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잔치 2013
서울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8월 30일 – 10월 11일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없음

문화역서울 284
100-162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 1번지
전화 02-3407-3500
팩스 02-3407-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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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크레딧

타이포잔치 2013 사무국
110-240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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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typojanchi@kcdf.kr

타이포잔치 2011

English / 한국어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2013
단채널 비디오
서울스퀘어 미디어 캔버스 상영용으로 제작
영상 편집 도움: 김가경

박준
1983년생, 한국

강경탁
1981년생, 한국


박준 시인은 전위적인 기교나 낯선 시어를 배제하고 전통적인 서정성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공동의 아픔으로 바꾸어낸다. ‘그리움’, ‘죄의식’, ‘부재’ 등은 그의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에서 자주 마주치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상황은 개체를 넘어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낸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8년 계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강경탁 디자이너는 개인적 경험이나 편견을 되도록 배제하고, 주어진 맥락과 큰 틀에서 흐름을 중시하는 태도로 작업을 대한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 전문대학원에 재학했다. 커뮤니티 디자인 연구소와 스튜디오 TEXT를 거쳐 지금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워크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박준 시인의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는 분명 내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가장 많이 읽은 시가 될 테지만 나는 아직도 그 시가 주는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그건 박준 시인의 탓이라기보다, 각박한 마음으로 시간을 재는 일에만 익숙한 내가 그의 시를 온전히 읽을 자격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시를 반복해서 읽다보니 내가 박준 시인의 시를 읽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아무개의 시를 대신 써보는 흉내를 내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워지기까지 했다. 그 무렵 시인에게 그의 시를 멋대로 받아 적는 장면을 보여주었더니, 그는 그것이 마치 내가 시인 자신이 되어서 시를 쓰는 모습처럼 보인다며 호의어린 공감을 표시해주었다. 이 작업은 그렇게 박준 시인의 시를 주제넘게 받아쓰는 일련의 과정을 기록한 것에 다름 아니다. 시인은 평소 한글 2007에서 10.5포인트의 HY신명조로 시를 쓴다고 했다. 어떻게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일인데, 굳이 서체를 고르고 그 크기를 기억한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는지 이후로도 그 일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받아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든 나는 이 작업에 사용할 서체를 고를 여력이 없었지만, 여전히 그 의미도 잘 알지 못했다.

[강경탁]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박준, 2012]

박준 / 강경탁

도판 제공: 작가


박준 / 강경탁

도판 제공: 작가


촬영: 백원기. 비디오 스트리밍: 유스트림


© 타이포잔치 2013